영양정보

얼마 전부터 대부분의 식품에 이런 영양 정보가 표시되기 시작했다. 내가 먹고 마시는 이 제품이 과연 얼마나 많은 열량을 낼 수 있는지, 그리고 각종 영양소의 함량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은 것은 어쩌면 본능적인 욕구이자 당연한 권리가 아닐까.

하지만 표시형태에 따른 규정은 없는지 일면 성의없어 보이는 제품도 꽤 있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어디 있는지도 모른 채 넘어갈 정도로 작다. 게다가 55란 숫자는 폭까지 좁혀 두었다. 조금이나마 열량을 적게 보이고 싶어서였을까.

이러한 정보 표시는 미국산 식품의 경우 대단히 자세하게 나타나 있다. 미국생활 당시 감탄했던 것 가운데 하나가 이러한 정보가 제품에 상관없이 일정한 형태와 크기로 나타나 있다는 점이었다.
잘 살펴보면 식품에 들어간 대부분의 원료는 물론, 총지방과 포화지방, 트랜스지방, 콜레스테롤, 나트륨, 당분과 같이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느끼는 성분은 굵은 글씨로 적혀 있다. 그리고 다이어트에서 상당히 중요하게 여겨지는 총 탄수화물량도 따로 표시되어 있다. 성분 옆에 적힌 백분율은 하루 섭취 열량을 2,000 kcal이라고 할 때 이 제품으로 인해 섭취하게 되는 열량의 비율이다.

약품도 예외가 아니어서 주의사항과 성분이 아주 자세하게 나타나 있다.

이러한 차이를 대수롭지 않고 별 거 아니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따지고 보면 선진국에서의 생활이 상대적으로 편리하고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이런 것이 모여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저 차이는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버스에서의 안내방송, 공공화장실의 휴지 비치 등도 그 사실 하나로는 커 보이지 않지만, 우리가 그 수준에 올라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던가.

다행스럽게도, 국내 업체들 가운데에서 이러한 선진국 수준을 따라가려고 애쓰는 곳이 나오고 있다.

이 제품을 만든 회사는 미국에 두부공장을 짓고 제품을 유통시키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처음에는 한국보다 엄격하고 까다로운 기준과 조건 때문에 당황하기도 하고 어려운 일도 많이 겪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높은 수준의 무대에서 세계적 식품업체들과 맞서 싸울 준비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한 단계 발전하는 과정을 통과한 셈이다.

다른 분야도-최소한 공산품에서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미 한국은 개발도상국과의 싸움에서는 별로 얻을 것도 없고 마땅한 상대가 없는 수준까지 올라갔다. 이제는 제대로 된, 전통의 강호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 이겨야 선진국 반열에 들 수 있는 시기가 온 것이다. 물론 노련한 데다 강하기까지 한 나라들과 맞선다는 것은 두렵고, 무섭고, 피하고 싶은 일임에 분명하다. 자칫 잘못하면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위험한 게임인 것도 확실하다. 하지만 이런 고통스러운 과정 없이 선진국 대열에 거저 올라간 나라는 단 하나도 없다는 것도 자명한 사실이다.

끝까지 피하든, 맞서 싸우든 선택은 우리의 것이다. 하지만 그에 따르는 결과와 책임도 우리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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