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탑 테일스

서양에서는 도시나 건물, 거리와 공항 같은 곳에 기념할 만한 사람들의 이름을 붙여 둔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세계적 기업도 창업자의 이름을 딴 사례가 심심치 않게 보이고요. 학교에 건물을 지어 기부하거나 거액의 장학금을 기탁했을 때에도 어김없이 그 사람의 이름이 남게 됩니다. 좀 더 중요하거나 위대한 인물이다 싶으면 기념탑이나 공원, 혹은 기념관을 따로 세워 주지요.

이 뾰족한 170m 높이의 오벨리스크는 초대 대통령 워싱턴을 기념하기 위한 탑입니다. 수도 특별법에 따라 워싱턴 DC에는 이보다 높은 건물을 세울 수 없다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이 탑은 1833년 워싱턴 기념탑 사업회가 조직되면서 건립이 구체화됩니다. 다른 건축물과 마찬가지로 설계 공모를 통해 로버트 밀스의 제안이 선정되었지요.자금 부족 탓에 공사는 1848년 독립기념일이 되어서야 시작이 되지만, 결국 1854년에 예산이 다 떨어져 46m만 쌓아올린 채 공사가 중단되고 맙니다. 이후 여러 차례 모금을 했지만, 90달러도 되지 않는 돈이 모였다는군요. 특히 조지 워싱턴의 고향 버지니아에서는 겨우 48센트가 걷혔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교황이 공사에 쓰라고 보낸 돌이 탈취당하는 등의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1876년 탑이 완공되었고 1888년부터는 일반에 개방되었습니다. 도중에 공사가 중단되는 바람에 아래쪽 1/3 부근을 경계로 색이 달라지는 걸 볼 수 있지요. 여기에 들어간 벽돌이 3만 6천 여장이나 된다고 합니다. 무게는 9만 여 톤이고요.꼭대기까지 올라가려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데, 900칸짜리 계단도 있다고 하더군요. 입장은 무료이지만 인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아침 일찍 가서 표를 구해야 합니다.

워싱턴 날씨는 무덥기로 악명 높은데, 한참을 땡볕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답답하더군요. 벤치가 탑 주변에 둘러 있기 때문에 그늘진 곳이 생기게 마련이지만, 시간대별로 입장하는 줄의 위치가 정해져 있어서 30분 정도는 자리를 잡아야 빨리 들어갈 수 있습니다.일단 문을 열고 들어가면 몸과 짐을 수색하고 나서 보안수칙을 들어야 하는데, 흑인 경비원이 무척이나 고압적이더군요. 무슨 군대 유격조교를 데려다 놓은 줄 알았습니다.

엘리베이터 앞에는 워싱턴 동상이 있습니다.

금색으로 번쩍이는 엘리베이터의 문.

후다닥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천장을 보면 벽돌을 어떻게 쌓아올렸는지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네 방향으로 창이 나 있어서 워싱턴 DC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백악관을 비롯해 각종 정부건물과 기념관들이 보이더군요.

관람이 끝나면 다시 내려갑니다. 도중에 잠깐 멈추는 동안, 다른 나라들과 각 주에서 보내 온 벽돌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고향 버지니아에서는 돈은 얼마 내지 않은 대신, 최상급을 남발한 벽돌을 보내왔더군요.

다시 밖으로 나오니 스프링클러가 더위를 식혀주었습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일본의 경우는 ‘토요타’나 ‘혼다’, ‘마츠시타’와 같은 예가 꽤 있습니다만 한국은 인명이 지명이나 사명에 들어가는 경우는 몹시 드문 편입니다. 내세우는 것을 꺼리는 겸양의 문화 때문일까요, 아니면 남 잘되는 걸 못보는 시기심 탓일까요.

물론 한국에 ‘테헤란로’나 ‘파리공원’ 같은 외국의 지명을 딴 곳은 존재하지요. 하지만 가뜩이나 강한 배타적 민족주의가 점점 거세어지는 요즘의 분위기에서는, 앞으로 어떤 움직임이 벌어질지 모르겠습니다. 문득 로스 앤젤레스에서 마주친 이정표가 떠오르는군요.

이 인터체인지 외에도, 로스 앤젤레스의 한 우체국 이름이 ‘도산 안창호 기념 우체국’으로 바뀌었습니다. 다이앤 왓슨이란 하원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통과된 덕분이지요.

아, 그러고보니 혹시 ‘지역구의 한국인 표를 얻으려는 수작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는 반응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http://www.house.gov/apps/list/press/ca33_watson/pr_05042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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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지서니
    Posted September 16, 2005 at 12:35 am | Permalink

    오..멋지다…
    저 중간에 똥그란 잔디밭은 왜저리 황폐해져있나..

  2. Posted September 16, 2005 at 2:29 am | Permalink

    백악관 앞에 무슨 공사하더라구.

    지나가면 경비원들이 총에 손을 얹고 째려본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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