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집 이야기

TV에서 미국과 관련된 뉴스가 나오면 보통 백악관이 등장합니다.널따란 잔디밭 한가운데 솟은 하얀 집은, 규모 면에서는 별로 크지 않지만 최강의 권력이 뿜어져나오는 장소라는 점에서 대단한 의미를 갖고 있지요. 백악관은 1790년 초대 대통령인 워싱턴이 연방 정부의 위치와 규모를 규정하는 법률에 서명함으로써 그 역사가 시작됩니다.

건국 당시의 미국은 영국과 대립 관계에 있었으므로 자연히 유럽에서 프랑스의 영향을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었지요. 미국의 독립전쟁 자체가 프랑스 대혁명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 데다가, 전쟁 당시 프랑스는 영원한 경쟁자 영국과 맞서 싸우는 미국을 적극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입니다. 수도 워싱턴의 위치 선정과 기본적인 설계 역시 프랑스인 건축가 피에르 샤를 렝팡이 맡았는데, 지금도 워싱턴 DC에는 렝팡이라는 지명이 남아 있습니다.

200여년 전 그 당시에도 관급공사를 수주하기 위한 경쟁을 치열했던 모양입니다. 대통령의 공관을 모집했더니 9개의 제안서가 접수되었는데, 결국 아일랜드 출신의 건축가 제임스 호번의 작품이 당선되었습니다.

마침내 1792년 10월에 공사가 시작되었고, 대통령 워싱턴은 자신이 살게 될 집의 공사를 직접 점검하곤 했다는군요. 하지만 대충 완공이 된 1800년에 워싱턴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1799년에 사망하지 않았다 해도, 1797년에 퇴임을 했으니 백악관에서 살 수는 없었겠지요.

이후로 백악관은 여러 대통령을 맞으면서 조금씩 구조가 변경되어 왔습니다. 132개의 방이 있는 이 건물은 두 차례의 화재에도 버티어 내었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쓰이고 있습니다.

건물 내에 화장실은 35개가 있고, 412개의 문과 147개의 창문이 있다는군요. 백악관 관광은 테러 이후 까다로워져서 여러 달 전에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또 하나의 하얀 건물은 의회 의사당입니다. 백악관과 혼동하는 분이 가끔 계시더군요.

의사당은 원래 렝팡이 설계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는 모든 디자인이 머릿속에 있다며 도면을 그리지 않았습니다. 렝팡은 대통령 워싱턴 직속의 ‘수도건설위원회’의 지시까지 거부하다가 결국 1792년 프랑스로 돌아가 버립니다.

당시 국무장관 제퍼슨은 500달러의 상금과 땅을 내걸고 의사당 설계 공모전을 개최했지만 17개의 응모작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는군요. 이 와중에 느닷없이 영국령 서인도 제도에 살고 있던 윌리엄 손튼이란 의사가 뒤늦게 응모를 하는데, 결국 이 안이 1793년 7월에 채택됩니다. 이 공사의 감독은 백악관을 설계한 제임스 호번이 맡았고요.

도중에 자금이 모자라 공사가 중단되었다가 돈을 구한 다음 원래 설계에 있던 일부를 없애고 간신히 1811년에 완공을 하지만, 1814년 영국군이 불을 지르는 바람에 일부만 남기고 잿더미로 변해버립니다.

우여곡절 끝에 1826년 완공된 의사당 건물은 여러 차례의 확장을 통해 1970년경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지요.

전제 왕정에 대한 반발에서 싹튼 시민정신이 혁명으로 이어지고, 대표자를 뽑아 민의를 국정에 반영해 나가는 과정을 몇 백년에 걸쳐 발전시켜 온 선진국과는 달리, 한국은 일제시대를 겪으면서 세습 왕조가 붕괴되었고 60년 전 미국에 의해 독립을 맞으면서 민주주의라는 것을 처음으로 경험하였습니다. 불과 몇십년 만에 후다닥 해치우다 보니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 많고, 반목과 갈등이 당연히 클 수밖에 없겠지요.

하얀 집 두 곳을 돌아보며, 이제 좀더 발전적인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힘과 뜻을 모아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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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Comment

  1. Posted September 13, 2005 at 6:00 am | Permalink

    멋지군여… 안에는 구경 못하신듯~
    1년을 축하드립니당… 나날이 멋져가는 홈피 보기 좋군여
    아무도록 마무리 잘하시고 귀국하시길 바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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