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러포즈는 여기에서

19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35층 양식당 쉔브룬. 가수 유리상자의 ‘사랑해도 될까요’가 감미로운 피아노 소리와 함께 흘러나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회사원 김영언(32)씨. 노래 후 김씨는 애인 김태연(여·27)씨에게 “나와 결혼해 달라”고 프러포즈했다.
김태연씨는 깜짝 프러포즈에 감격해 눈시울까지 붉혔다. 신기한 듯 바라보던 다른 손님들은 축복의 박수를 보냈다. 김영언씨는 “프러포즈를 위해 두달 동안 피아노 연습을 했다”며 “서울시내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유치한 말도 황홀한 고백으로 변하는 곳이 있다. 사랑 고백을 도와주는 카페들이 그곳이다. 이 카페들은 일생 동안 기억에 남는 프러포즈를 고객이 경험할 수 있도록 각종 이벤트와 장식도 동원해준다. 결혼기념일에도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 드라마 주인공처럼

유럽 궁전 양식으로 꾸며진 쉔브룬은 연주가 끝난 뒤 바에 마련된 둘만의 오붓한 특별석에 사랑의 칵테일도 서비스한다. 피아노를 못 쳐도 걱정할 필요 없다. 피아니스트가 간단한 피아노 연주법까지 가르쳐준다. 지배인 김규년씨는 “일주일에 4~5건씩 문의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저녁메뉴 2인 기준으로 15만원이 기본.

회사원 강태준(32)씨는 지난 16일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호텔 ‘파리스 그릴’에서 애인 손희연(30)씨에게 청혼했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박신양과 김정은이 사랑을 키워가는 장소로 사용됐기 때문에 분위기는 로맨틱 그 자체. 박신양·김정은이 식사를 했던 그릴에서 최고급 쇠고기 스테이크와 에펠타워 모양의 초콜릿 디저트를 먹고 난 강씨는 종업원이 꽃과 함께 접시 위에 얹어온 반지를 애인에게 선물했다. 강씨는 “그녀가 청혼을 받아들여 12월18일 결혼하기로 결정했다”며 흡족해 했다. 2인 기준 25만6000원부터.

◆ 피카소 작품에 둘러싸여

지난 7월 종로구 필운동에 위치한 ‘더 소호(The Soho)’ 레스토랑에선 특별한 전시회가 열렸다. 소아과 전문의가 그동안 애인과 찍었던 사진들을 액자에 담아 전시하면서 프러포즈한 것. 애인은 자신만의 전시회를 열어준 남자친구의 고백을 받아들였다.
레스토랑 매니저 이영일씨는 “애인께서 첫 사랑을 재확인한 듯 매우 기뻐했고, 커플은 올 가을에 결혼할 것임을 알려왔다”고 전했다. 진품 피카소 그림과 300년된 기왓장 위에 올려져 나오는 스테이크 요리는 이 집만의 자랑거리. 프러포즈 전 보통 10번 이상씩 연락을 주고 받으며 커플의 분위기를 완전히 파악한 뒤 메뉴와 장식을 준비하는 레스토랑 측의 정성도 감동을 준다.


▲ 1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35층 양식당 쉔브룬에서 김영언씨가 애인 김태연씨에게 피아노 연주를 하면서 사랑을 고백하고 있다. /조인원기자 join1@chosun.com

◆ 600만원짜리 방에서 청혼을

역삼동 리츠칼튼 호텔은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하루 방값 600만원짜리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을 45만원에 프러포즈 커플들에게 3시간 동안 빌려주고 있다. 1999년 미국 인테리어 디자인상(賞)인 ‘Gold Key Award’에서 ‘최고의 스위트룸’으로 선정됐던 이 방은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에서 이병헌이 최지우에게 청혼하는 장면을 찍은 곳. ‘천국의 계단’ 배경으로도 사용됐다.
하얀 커버를 씌운 의자와 장미 꽃다발, 촛불장식이 된 테이블과 호주산 고급 샴페인 2잔, 하트모양 케익이 준비되고, 로맨틱한 음악이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2002년 이후 60여쌍의 커플이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 다이아몬드같이 황홀하게

강남구 신사동 삼신다이아몬드 매장 2층의 주얼리 카페 ‘포에버 위드 러버’. 보석들로 치장된 둘만의 방에서 유리 주전자 바닥에 반짝이는 다이아몬드를 바라보며, 사랑을 고백할 수 있다. 카페측에선 프러포즈하는 커플들을 위해 다이아몬드 제품을 5% 할인 판매하고 있다. 지난 6월 이곳에서 프러포즈했던 이찬일(36)씨는 “잊지 못할 경험이었고, 결혼기념일마다 찾아오고 싶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남산자락의 레스토랑 ‘촛불1978’은 개그맨 서세원씨가 부인 서정희씨에게 프러포즈해 성공한 곳으로 유명하다.

원문: http://www.chosun.com/se/news/200508/20050821037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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