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웨이 모놀로그

1863년 런던에서 처음 생긴 지하철은 19세기 말 유럽 대륙으로 전파되었고, 1927년 토쿄에 개통되면서 아시아에도 도입되었지요. 이제는 세계 어디를 가나 어지간한 도시에는 교통혼잡을 줄이기 위해 지하철이 다니고 있습니다.미국에는 1901년 보스턴에 처음으로 지하철이 뚫렸습니다. 지금은 광역통근전철이 근교를 담당하고, 이 짤막한 열차는 T라는 이름으로 지상과 지하를 누비며 시내를 돌아다니지요. 보스턴의 지하철은 장구한 역사를 웅변합니다. 낡아서 칠이 벗겨지고 물이 새는 역 구내에는 조명도 대충 형식적으로 달려 있어서 몹시 어두운 데다 대충 만들었다는 느낌마저 들지요. 그래도 계속 개보수를 한 덕분에 좁으나마 에스컬레이터도 있고 선풍기도 돌아갑니다. 역사에 냉방이 되지 않아 무더운 편입니다.

탈 때는 토큰이나 카드를 내고 들어가는데, 보통 역 입구가 행선지별로 다르게 나 있고 일단 한 번 들어가면 반대 방향으로 갈 수가 없기 때문에 잘 살펴야 합니다. 그리고 행선지에 따라 열차에 탄 다음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무료로 가는 구간도 있더군요.

열차가 온다고 방송을 해 주거나 전광판으로 알려주지는 않기 때문에 들어오는 걸 보고 직접 확인하지요. 보스턴의 지하철은 플랫폼이란 게 따로 없고 그냥 선로 옆에 승강장만 마련해 둔 식이라 좀 위험해 보이더군요. 작은 역에는 역무원이 상주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무엇보다 여기에는 공익근무요원이 없습니다.

열차 내부는 밝고 편안한 편입니다. 그런데 어지간한 미국 기차가 그러하듯이, 열차는 역시 일본에서 만든 것이더군요.

수도 워싱턴 DC의 지하철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지하철을 만들려는 움직임은 1952년에 시작되었지만 1969년이 되어서야 착공이 이루어졌고, 결국 서울보다 늦은 1976년에 개통이 되었다는군요. 그 덕분인지 동부의 다른 도시들과 달리 워싱턴 DC지하철은 상당히 현대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역사 내부도 넓고 아늑하며, 차량도 길지요.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갖출 것을 다 갖추다 보니, 워싱턴 DC지하철은 엄청난 적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자동 안내방송까지 나오는 근사한 열차 내부와는 달리 역은 상당히 어둡더군요.

미국 건국 당시 수도였던 필라델피아에는 1928년부터 지하철이 다니기 시작했다는군요. 지금은 보스턴의 T와 비슷한 트롤리와 함께 구역을 나누어 운행 중입니다. 지하철은 깨끗하고 편리하지만, 역시 입구를 잘못 들어가면 엉뚱한 방향으로 열차를 타게 되더군요. 지상의 출입구에도 아무런 방향표시가 없고, 토큰 매표소 위에 붙은 EASTBOUND란 작은 종이가 유일한 안내라 당황했습니다.

필라델피아의 트롤리는 지상에서 전차처럼 도로를 달리다가 터널이 나타나면 지하철로 변신합니다. 열차의 모습은 보스턴과 거의 똑같지요. 다만 플랫폼에 조금 더 신경을 쓴 흔적이 보였습니다.

트롤리의 열차 내부는 깨끗하더군요. 재미있는 건 버스처럼 줄을 잡아당겨 내릴 곳을 알려야 한다는 점이지요. 차량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 제작한 것입니다.

지하철 하면 뉴욕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1000km이 넘는 어마어마한 구간을 운행하고 있다는 점을 비롯해서, 그래피티와 범죄 등으로도 널리 알려진 뉴욕의 명소이지요. 1904년 개통되어 100년이 넘은 뉴욕지하철은, 최근 청소와 순찰을 강화해서 몰라보게 깨끗하고 안전해졌다고 합니다만, 미국에서 발간된 여행책자를 보아도 밤에 혼자 타지 말라는 얘기가 나와 있을 정도이니 여전히 주의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테러예방 조치 때문에 검문이 까다로워졌더군요.

별다른 장식이 없는 길다란 통로는 파리지하철과 비슷한 분위기더군요.

역사 내부는 몹시 무덥고 영화에서 자주 보던 독특한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열차에 오르니 온갖 인종이 다 모여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보기 드물게 가로로 길게 놓인 좌석이 놓여 있더군요. 그래피티 같은 걸 기대했지만, 아주 깨끗해서 놀랐습니다. 일부 차량에는 전광판도 보이더군요.

문이 닫히지 못하게 막는 사람들이 꽤 있는지 이런 경고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뉴욕지하철에는 간혹 이런 ‘보급형 스크린도어’와 함께 열차와 승강장 사이의 간격을 좁혀주는 장치가 설치된 역이 있더군요. 그리고 열차 중간에 차장이 앉아 있습니다. 미국여행 가이드북에 보면 어지간하면 이 차장이 타고 있는 칸을 이용하라고 하는데, 졸고 있는 차장이 가끔 보이더군요.

그리고 어떤 구간에서는 도중에 열차를 끊어 일부만 종착역까지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방송을 해 주긴 하지만, 워낙 상태가 좋지 않아 많은 여행자들이 무슨 소리인가 싶어 불안해 하더군요. 온 세계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뒤섞인 도시답게 안내문도 여러 나라 글로 되어 있습니다.

일본인보다 4배나 많은 한국인이 거주하는 뉴욕의 지하철 안내문에 한글이 없어 서운하시다면, 커다란 한글 인사말이 반겨 주는 샌 프란시스코의 광역전철 Bart를 타 보세요.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미국 서부의 대도시에는 대부분 훨씬 깨끗하고 쾌적한 지하철이 갖춰져 있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올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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