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꼭대기에서

뉴욕 맨해튼의 34th street를 따라 차를 몰고 가다 보면, 우뚝 솟은 엠파이어 스테잇 빌딩이 눈에 들어옵니다. 1930년 지어진 이 초대형 건물은, 당시 대공황으로 잔뜩 움츠려 있던 미국인들에게 일자리는 물론 용기와 희망을 주었다고 합니다. 흔히들 높다란 건물을 가리켜 ‘마천루(摩天樓)’라고 하는데, 영어의 skyscraper와 같이 하늘을 긁어대는 집이란 뜻이니 재미있는 표현입니다. 이 빌딩은 GM의 창업자 제이콥 래스콥이 크라이슬러와의 사옥 경쟁에서도 이기기 위해 당시 세계 최고의 높이인 443.2m로 쌓아올렸습니다. 꼭대기인 102층에는 TV 중계탑이 있고 전망대는 320m 높이인 86층에 있지요.

가까이 가 보면 정말 높다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빌딩을 둘러싸고 있는 33rd, 34th street과 5th avenue에 모두 5개의 출입구가 있습니다.

문을 열고 안에 들어서면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에 나왔던 익숙한 장면이 펼쳐지지요.

입장료는 14달러. 하지만 매표소까지 가는 데만도 30분 이상 기다려야 합니다.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사람들이 저마다의 언어로 얘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죠.

표를 사고 나면 보이지 않던 길로 들어가 또 한참을 줄서야 합니다. 나중에는 다리가 마비될 지경입니다. 엘리베이터 근처부터는 촬영을 못하게 하더군요.

일단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면 귀가 멍멍합니다. 이 빌딩에는 모두 73대의 엘리베이터가 있다더군요. 그런데 전망대까지 가려면 또 오래 기다려 엘리베이터를 갈아타야 합니다.

마침내 전망대 도착. 이 빌딩의 꼭대기에 위치한 TV 중계탑입니다. 저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땅 한번 밟는 게 쉽지 않겠지요.

하루종일 도시를 비추던 태양이 저물어 가고, 불빛이 땅을 메꾸어 가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여러 생각이 오갑니다. 아주 오래 전 느꼈던 감정부터 조금 전의 느낌까지…
비록 사람들이 뿜어올린 매연으로 뿌옇게 변해버린 공기가 시야를 가로막지만, 이 커다란 도시의 밤은 분명 아름답습니다.

저 아래 세상의 거리에는 여전히 차와 사람으로 가득합니다. 바로 조금 전까지 저 귀퉁이 어딘가에 있었던 스스로의 모습은 망각한 채, 도시의 밤거리만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이제 밤의 흑막이 완전히 세상을 덮었습니다. 지금, 이 도시는 빛으로 반짝이고 있습니다.

꼭대기에도 역시 밤은 찾아들었습니다.

뉴욕의 밤이 깊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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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1. 우중산보
    Posted August 19, 2005 at 6:36 am | Permalink

    아!!! 정말 멋진 야경입니다!!!
    대리만족 + 부러움 + 신기(?)
    뉴욕의 밤과 함께 하시는군요~ 부러워요!!!

  2. Posted August 19, 2005 at 3:43 pm | Permalink

    ^^
    자주 들러 주세요~

  3. 지서니
    Posted August 21, 2005 at 5:29 am | Permalink

    오오…멋져멋져…

  4. 나? 경수!
    Posted August 22, 2005 at 9:10 am | Permalink

    그 위에 오래있었나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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