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 게요리

미국이란 나라가 워낙 큰 데다 대서양과 태평양 모두에 접하고 있다 보니 지방마다 가지고 있는 특색이 서로 많이 다른 데 놀라게 됩니다. 중국이나 많은 섬으로 구성된 나라처럼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일은 없지만, 기후나 지형이 워낙 다르다 보니 살아가는 방식도 그만큼 차이를 보이는 것이겠지요.

얼마전 동부 여행길에 게요리를 맛보기 위해 볼티모어에 들렀습니다. 대서양 연안의 뉴잉글랜드 지방에서는 한여름에 게가 한창 잡힙니다. 블루 크랩이라고 하는, 껍질이 딱딱한 종류인데 이 시기에 탈피를 하기 때문에 부드러워진 상태가 되어 인기가 있는 것이지요. 게로 유명한 도시들은 크랩 페스티벌을 열어 각지에서 사람들을 불러모으기도 하고요. 몇몇 유명한 요릿집은 예약을 해 두지 않으면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있습니다.

반면 태평양 쪽의 샌 프란시스코에 가 보면 정반대로 한겨울이 그야말로 ‘게철’입니다. 이 지역에서 잡히는 게는 던저니스 크랩이라고 하는, 붉은 색을 띠는 종류입니다. 역시 축제도 열리고 게맛을 보러 인파가 몰려들지요. 물론 캘리포니아 해안 지방은 12월이나 1월이라 해도, 비만 자주 내릴 뿐 폭설이 쏟아진다거나 찬바람이 불어 온몸을 칭칭 감고 다녀야 할 만큼 추운 날씨는 아니기 때문에, 두터운 스웨터 정도를 걸치면 겨울밤에도 돌아다니는 데 별 무리가 없습니다. 샌 프란시스코에서 맛본 게 요리 몇 가지를 보여드리지요.

볼티모어에서 들렀던 게요릿집, L.P. Steamers입니다. 구석진 곳에 자리잡은 데다 가게의 외관도 허름해서 찾고 나서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여기가 과연 괜찮은 음식점인가’ 싶은 의혹이 생기지만,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여러 언론에서 최고의 게요릿집으로 극찬한 곳이더군요.

들어가면 역시 평범하기 이를데없습니다. 비좁은 가게 안에는 벌써 자리를 잡은 손님들이 게를 뜯느라 여념이 없더군요.

인테리어라 말하기도 힘들 정도로 낡은 장식품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귀퉁이에 붙어있는 세계지도가 이 가게의 지명도를 웅변합니다. 미국내의 각 지역과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손님들이 출신지에다 핀을 꽂아두고 자국의 화폐도 붙여 두었더군요.

게의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데, 어지간하면 가장 큰 걸로 시키는 게 좋습니다. 12마리가 기본 단위로, 몇 마리씩 주문하게 되면 단가가 올라가더군요. 이날 가장 큰 건 이미 다 팔렸고, 두 번째로 큰 녀석들은 12마리에 70불 정도였습니다. 이 정도면 남자 2~3명이서 먹기에 알맞은 양이더군요. 주문을 하면 누런 크래프트 페이퍼를 식탁에 깐 다음 에이프런과 나무망치(mallet), 그리고 칼을 올려 둡니다. 식사용 도구 치고는 상당히 우악스럽지요.

한참 기다리면 마침내 오늘의 일용할 양식들이 나타나 식탁 위에 쏟아집니다. 양념이 되어 있는 물에 삶은 다음 그대로 뜯어 먹는 샌 프란시스코 스타일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게껍질 위에다 가루양념을 부어 줍니다. 손가락으로 조금 찍어 맛을 보면 라면 수프하고 비슷한데, 이걸 만지던 손으로 눈을 비비거나 하면 몹시 고통스러우니 조심해야 합니다.

조금 기다리면 ‘숙달된 조교’가 등장해서 어떻게 먹는지 시범을 보여 줍니다.

자, 이제 신나게 먹어 볼까요. 먹기전에 한컷.

먹는 동안 식탁 위에는 처절하다고 해야 할 만큼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삼가 게의 명복을 빌며…

주인 아줌마와 함께.

여기서 잠깐, 먹는 방법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L.P. Stamers 홈페이지 발췌).

1. 집게발을 떼어냅니다.

2. 나머지 다리도 다 떼어냅니다.

3. 아래쪽의 게딱지(apron)를 떼어냅니다.

4. 게껍질을 열고

5. 내장을 걷어냅니다.

6. 이제 반으로 쪼개어

7. 드디어 먹는 것만 남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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