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8월 파리(Paris)의 밤하늘엔 온통 총성이 가득하다. 이 강가에 수두룩한 돌과 넘쳐나는 물은 그렇게나 험란했던 우리의 역사를 대변하고, 그것들은 이전 자유의 방책으로써 그렇게도 높이 쌓여온 것이다. 이전 무엇보다도 정의는 이제 인간의 피를 요구한다.

    우리는 이 싸움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육체와 정신의 모든 힘을 이 투쟁에 쏟고 있기에, 쓰라림 없인 이 끔찍한 상황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 투쟁의 중요함을 너무나 잘 알기에 홀로 난관을 극복해야만 되는 운명이지만, 그것을 거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역사는 프랑스 국민이 결코 살인을 원치 않았으며, 그들이 선택의 여지없이 전쟁에 참여했던 그때에도 그들의 두손은 깨끗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증거할 것이다. 그들의 이성은 그날 밤, 지난 2년간 전쟁이 쉽다고 생각해오던 무리들에게, 넘쳐나는 격분으로 갑자기 그리고 끊임없이 총을 움켜쥐고, 그들을 향한 증오의 총성을 울리게 하였음에 분명하다.

   그렇다, 그들의 이성은 압도되고 있었다. 그들은 넘쳐나는 큰 희망과 또 그렇게나 가득찬 반항 속에 불타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조국을 먼 훗날 다른 이들이 우울하게 반추하는 것을 막고, 또한 조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에서였다. 프랑스가 내일 떳떳히 말할 수 있도록 오늘 파리는 싸우고 있다. 사람들은 오늘 밤 저마다 무기를 손에 쥐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내일의 조국과 정의를 간절히 염원하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그같은 일들이 전혀 가치없으며, 또한 성급하게도, ‘파리는 노고없이도 해방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그들이 모호한 감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이 이런 투쟁이 없었다면 계속 참아야만 할 많은 것들을 실제적으로 위협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참으로, 이것은 더욱 분명해져야만 한다: 모든 혼란이 스스로 잠잠해질 것이란 낙관과 편하게 상상하기만을 좋아하는 안이한 생각이, 과거 우리의 자유를 억압해 왔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끔찍한 고통은 혁명을 낳을 것이다.

   4년간 침묵속에서 투쟁해왔던 사람들을 향해, 누구도 감히 희망을 품진 못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은 온종일 폭음의 소음 안에서 싸우고 있다. 그들은 총성이 가득한 가운데  적의 항복을 받아낼 것이고, 어떠한 환경하에서든 모든 부당함으로부터 자신을 구할 것이다.

   이들을 향해 무엇도 기대하는 사람이 없었다 – 조국의 보배들 – 그들은 25년간 가장 뛰어나고 가장 순수하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으며, 다시 그와 같은 일을 맡게 될 것이다 -그것은 다름아닌 그들의 조국을 침묵 안에서 사랑하는 일이었고, 그리고 소리없이 침략자의 우두머리를 증오하는 일이었다. 파리는 오늘밤 내일의 프랑스를 호령할 각오로 싸우고 있다.

   권력을 위해서가 아닌, 정의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술책을 위해서가 아닌 윤리를 위해서; 프랑스의 지배를 위해서가 아니라, 프랑스의 영광을 위해서.

   우리의 확신이란 그것이 `미래의 어느 때에 일어날게 될 것’이란 사실에 있지 아니하고, 고통과 투쟁의 집요함이 섞여있는 그 모든 일들이 오늘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같은 이유로, 인간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피와 분노에도 불구하고, 결코 대신할 수 없는 이들의 죽음과 쓰라린 상처 그리고 이 거친 총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말해야만 한다. 후회의 소리가 아닌, 희망의 소리로, 스스로의 운명에 고립된 인간의 끔찍한 희망의 소리로, 이야기해야만 한다.

   이 거대한 파리(Paris), 온통 암흑과 열기로 뒤덮인 여름 밤, 우리의 머리위로 폭탄이 비처럼 쏟아지고, 거리거리마다 저격병들이 넘쳐나고 있는 파리, 한때 세계가 부러워했던 그 빛의 도시보다도, 오늘 우리에게 파리는 더 밝게 빛나고 있는 듯하다. 그곳엔 온통 희망과 고통의 광채만이 가득하고, 해방뿐이 아닌, 내일의 자유까지도 정의로운 용기의 불꽃과 열기속에 담겨 있다.

– 알베르 카뮈, 자유의 피. 1944년 8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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